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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올레]'쉼'의 미학

by Amazing Jerry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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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올레

개봉/장르/감독/출연진

개봉: 2016.08.25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코미디,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03분

감독: 채두병

출연:

신하균(중필 역), 박휘순(수탁 역), 오만석(은동 역)

제주도.. 아직 낭만은 남아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푸른 밤의 제주도다. 최근에 더욱더 심해진 비싼 물가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여행과 비교하여 떨어지는 가성비 등 꽤 여러가지 이유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잊고 있었던 제주의 낭만을 다시금 떠 올리게 해준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들 '매울', '계춘할망', '물 숨' 과 같은 많은 영화는 제주도의 풍광 자체가 소재이고, 자연이 주는

영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 하였다면, 이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제주도가 주는 배경적 아름다움이야 숨길 수가 없어 영화 전반에 잘 담겨 있지만 제주의 풍광에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놓으려고 애쓰는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다만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숙박 형태인 게스트 하우스를 주된 배경과 소재로 삼아 제주도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할 것 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만큼 제주도와 게스트 하우스의 조화는 아직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는 나조차도 흥미를 갖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특별한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게스트 하우스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제주도의 아련했던 추억과 조화를 이루며 다시 한번 제주도 에서의 낭만적인 시간을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알던 '박희순'이 아니다

'신하균', '오만석', '박희순' 이렇게 세 명의 연기파 배우들이 주인공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도 이 세 명이 주는 효과도 한몫했다.

동갑내기 대학 동기로 나오는 이 세 명은 대학교 졸업 이후에 각자 다른 직업과 인생을 살고 있다.

'신하균'은 명예퇴직을 앞둔 대기업 직장인 '중필'역으로, '오만석'은 큰 병에 걸린 케이블티브이 뉴스 앵커 '은동'역으로, 마지막 '박희순'은 사법고시 폐지를 앞둔 만년 고시생 '수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극 중에서 이제 막 39살이 되어 40대 중년을 향하고 있는데 이중 눈길을 끄는 건 '박희순'이다.

'신하균'과 '오만석'은 그동안 그들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여러 모습 중 하나였지만 '박희순'은 '마녀', 남한산성', My Name'등에서 보여줬던 선 굵은 남자의 이미지는 버리고 13년 동안의 고시 준비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영혼과 육신의 소유자로 정신력을 파괴하는 사고 뭉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점이 이 영화의 주요 재미 요소이기도 하며, 배우 '박희순'이 다른 작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해준다.

Stop & Go!!

'중필'은 출근해서 바로 희망퇴직 메일을 받게 된다. 희망퇴직 대상자 중 39살에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이다.

'은동'도 암 치료와 요양을 위해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방송국 퇴직 후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을 말하고 있고, '수탁'은 13번째 사법시험을 실패하고 인생을 마감하려고 하는 순간 한통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바로 '중필'의 첫사랑의 남편이자 이 세 명의 대학 선배 '병철'의 아버지 부고 소식이었다.

이렇게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장례식을 위해 제주도로 향하게 되는데 이들의 여정은 험난하다.

장례식이 목적이 아닌 오로지 여자와의 하룻밤 로맨스를 꿈꾸는 '수탁'이 두 친구를 모험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최고급 호텔 대신 숙소로 잡은 세스트 하우스에서 '수탁'은 본격적으로 본인의 욕정을 해소하려 든다.

마치 사춘기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수탁'은 용감하고, 무모하며, 뻔뻔하며, 창피함이란 없었다.

'수탁'의 추태에 '중필'과 '은동'은 당황했지만 멀지 않아 이들도 자신을 억압하고 있던 사회적 지위, 곧 40살이라는 중압감을 버리고 잊고 지냈던 순수함이 깨어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한 회사 생활, 나빠지는 건강, 불안한 미래에 자신을 보호하던 굴레를 게스트 하우스의 젊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벗어나게 해준 것 같았다.

누군가를 새롭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되고, 40이란 나이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새로운 희망을 젊은 청춘들로 인해 눈을 뜬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세 명의 주인공 '중필', '은동', '수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이 시대의 중년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고민거리를 이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로 회사는 어려워지고, 고용은 불안하기만 하며,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몸은 병들고 지친다. 

자신의 꿈을 좇아 성취하기에도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대가도 너무 크다.

그래서 우리는 뒤를 돌아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은 사치를 누리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우리를 잊고 사는 우리에게 우리가 왜 잠시 자신을 멈출 필요가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인생이 너무 힘들 때,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 때 잠시 멈춤 이란, 지친 나를 다시 살게 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필자처럼 이 글을 보는 독자들도 만약 지금이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잊고 있었던 진짜 나를 찾고, 지금의 고난이 내가 감당 할 수 있음을 깨닫고 다시 나아갈 새로운 용기와 동력이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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